오랫만에 술을 많이 마셨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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@볕이 잘드는 화장실

일을 한지 이제 거의 두달이 다 되어간다.
일 하는 곳의 화장실은 해가 질때쯤이면 창문 틈으로 햇빛이 목덜미를 따듯하게 내리쬔다.
그래서 그 시간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화장실에 간다.
좌변기 커버를 덮어놓고 앉아 햇볓을 받으며 가만히 앉아있으면
너는 이제 곧 괜찮아질것이라고, 누군가가 내 목을 지긋이 눌러주는 기분이 든다.

표정이 한결 밝아졌다.
사는것은 여전히 재미없지만 찌들지 않는다.
주5일. 다섯시 퇴근. 점심은 내가 먹고 싶은걸로 무조건 나가서보다 더 고마운 사소한 배려.

바쁘다고 남들 안에서 밥 시켜먹을때 혼자 점심 먹으러 나가는것은 절대로 이기적인것도, 이상한것이 아니였으며
일보다 나를 기다리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 먹는 것이 더 값진데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살았다.
아무리 주변에서 충고를 해줘도 세월이 지나야 알아들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.
아마 익숙해진것에 안주했다면 난 그것밖에 안되는 사람이 됐겠지.
사는것이 한결 여유로워지면서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하나 둘 깨닳으면서 지낸다.

오랫만에 술을 많이 마셨다.
나른해질때까지.
새벽에 술냄새가 없어질때까지 집앞의 공원 벤치에 누워있다 잠들었다.
입이 돌아갈 뻔했다. 겨울이다.
춥고 조금 외롭겠지만 올해 겨울은 지난해보다 측은하지 않을 것 같아. 다행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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